장독대를 기억하다 봉화장터
장독대를 기억하다 story01. 상운면 주실댁, 장 담그는 날
장독대 그 공간적 위치
장독대풍경

 

산간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봉화’의 이미지는 작은 항아리와 같다. 소박하면서도 스스로 품은 것을 소록소록 참 잘 간직하는 느낌이 말이다. 그리고 이런 항아리가 소소하게 모여 있는 장독대의 모습 역시 봉화의 소박함과 닮아 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 된장과 고추장을 구입해 냉장고에 보관하는 사람들에게 장독대는 사진 속 혹은 영상 속의 스치는 풍경일 수 있다. 하지만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 담가 몇 년을 보관해 자녀들에게 보내는 소박한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장독대는 부엌과 가까운 뒤뜰 높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거기에 양지바르며, 바람이 잘 통하여야 한다는 조건도 빠질 수 없다. 혹여 공간이 협소하여 부엌과 가까운 곳의 지리적 위치가 마땅치 않으면 보통 우물이나 수돗물이 가까운 곳에 두기도 한다.


수돗가 옆에 자리 잡은 상운면 구천리
주실댁의 장독대


석포면 석포리 노인회장님 댁의 장독대
역시 수돗가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장독대는 될 수 있으면 벌레가 범접하지 못하도록 또는 물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돌로 단을 쌓아 높게 만들고 그 위에 돌을 깔고 다시 굄돌로 사방을 받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네모반듯한 질 벽돌로 장독받침을 따로 만들기도 하였다.
그렇게 만든 장독대에 제일 뒤쪽부터 큰 독을 놓고 그 앞에 조금 작은 독을 줄 세우고, 그 앞에는 조금 더 작은 독을, 맨 앞에 작은 항아리를 가지런히 놓았다.
옛날에는 장독대의 자리가 좋고 장독이 번듯하고 가지런하면 그 집안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해서, 이사 갈 때도 장독대부터 옮겨 놓았다고 한다. 이는 장독대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봉화의 장독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월에 따라, 주위의 재료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봉화의 어제와 오늘이 스며있는 장독대를 한번 둘러보자.
  

봉화군 상운면의 매개댁!

봉화군 상운면의 매개댁은 입 구(口)자 형의 집으로 추운날씨의 경북북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이 집은 사랑채와 안채가 구분되어 지어졌고,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양반 사대부의 집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마당에 흙과 시멘트로 쌓아 만든 장독대를 볼 수 있다. 한때 견고했을 장독대는 오랜 세월로 인해 단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다.



명호면 고계2리의 김석동님 댁
집안 마당의 한쪽 수돗가 옆에 장독대가 있다. 특이한 것은 장독대 위에 함석으로 지붕을 만들어 비를 맞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따로 장독의 뚜껑을 마련하지 않고 장보(장독의 입구를 덮는 천)로 관리한다.



상운면 구천리 류경우님 댁
류경우님 댁의 장독대는 마당에서 뒤로 돌아가 야 볼 수 있다. 담 밑에 가작을 달아내고 거기에 장독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 이곳 장독대의 독특한 구조다.

석포면 석포리의 정수암

산언덕에 돌을 받치고 자갈을 깔아 단을 만들어 장독을 놓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 그런지 장독뚜껑에 벽돌을 올려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위에 그늘이 없어 해가 떠 있는 동안 가장 오랜 시간 빛을 받고 있다.
사계절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장독 안에 담긴 음식도 익어 갈 것이다.


재산면 귀촌인 신한성님 댁
40년 공직에 있다가 봉화 재산면으로 귀촌하여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신한성씨의 집은 말 그대로 전원주택이었다. 마당의 잔디 위에 돌을 깔고 장독대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넓게 배치되어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이 뒷집과 함께 운치를 더한다.

법전면 소지리 대구댁

잔디가 잘 가꾸어진 마당 한편에 플라스틱파레트(pallet)로 장독대를 만들고 장독을 올려 두었다. 다양한 장독으로 담장처럼 펼쳐진 장독이 인상적인 곳이다.

석포면 석포리 이옥순님 댁

흙마당에 인테리어 목재를 이용하여 장독대를 만들고 그 위에 가지런히 장독이 올려져 있다. 햇빛도 마당 깊게 들어 장독이 반짝반짝 빛난다.

춘양면 도심3리 김용철님 댁

이곳의 장독대는 햇살이 아주 잘 드는 남향으로 배치되었다. 시멘트로 매끈하게 다듬은 대위에 장독을 올려놓았다. 뒤에는 돌로 만든 담이 정겹다.
  

최근 봉화에서도 건물의 층수가 높아지면서 난간에 장독대를 마련한 곳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배란다, 임시 난간대 등 바람이 잘 통하고 양지바른 곳이면 특히 장독대를 볼 수 있으리라.


▲ 아파트 정문 위의 협소한 공간의 장독대(석포면)

◀ 2층 난간에 위치한 장독대(석포면)


▲ ▶ 집을 짓다 남은 벽돌로 만들어진 장독대의
모습(석포면-좌, 명호면-우)

 또하나의 변화된 풍경이라면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장독대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건물을 짓다 남은 벽돌이나 건축 재료,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장독대의 재료로 사용되는 모습이 그 예이다.

음료 박스로 장독대를 만들어 놓았다.(명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