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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의 막걸리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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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의 막걸리를 생각하며

인간적인 술, 봉화의 막걸리를 다시 생각한다.

막걸리 한잔과 멸치
막걸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우아하고 고상한 와인과 위스키를 제치고 시골술, 동네술 막걸 리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막걸리, 막걸리라는 이름은 마구 걸렀다(거칠게 걸렀다)는 뜻에서 유래한 듯하다. 막걸리는 지방 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대포, 막걸리, 모주, 왕대포, 탁주(경북)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경북 봉화(奉化)에 막걸리 양조장의 현재의 모습을 취재하여 봉화군의 대표 쇼핑몰「봉화장터」에 등재하기로 했다.
봉화의 쌀문화와 봉화의 발효문화를 알리고자하는 목적에서다. 봉화에는 2011년 현재 6개의 막걸리 양조장이 남아 있었다. 대부분 영세했고 더러는 폐업을 결정하고 곧 문을 닫을 준비를 하는 곳도 있었다.


경북 봉화에서 막걸리를 제조하는 양조장 사장님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판로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판매가 잘 안된다고 한다.

“농촌의 젊은이들은 다 떠나고 농촌에 사람이 없습니다. 먹어 줄 사람이 있어야 술을 판매하는데…, 만들어도 팔리지가 않습니다. 언론에서 막걸리에 대하여 야단이지만 시골에서는 큰 영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멸균하지 않은 생막걸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외부로 멀리 판매할 수가 없다.

유통망이 없기 때문에 인근에 팔수 밖에 없다. 시골 동네 슈퍼에도 대기업의 막걸리와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나 효모가 살아있는 막걸리-생 막걸리-를 생산하는 조그만 양조장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부부가 힘이 드는 모든 과정을 손수 한다. 밥을 찌고, 입국(粒麴)을 만들고, 주모를 만들어 큰 통에 술을 익히는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한다. 인간적인 발효의 현장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자동화가 비인간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족을 위하여 따뜻한 밥을 만들어내는 어머니의 손길과 같이 그 동네에서 마실 막걸리를 매일 매일 이렇게 손으로 만들어내는 양조장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적인’ 어머니의 따뜻한 밥을 떠올렸다.
작으니까 사람의 손이 들어가야 하고 사람의 손이 들어가야 일이 되니까 빨리 많이 할 수가 없다. 기계와 파이프라인을 타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길을 닿지 못하게 하는 대규모 자동 제조방식을 봉화의 양조장에서는 볼 수가 없다. 이렇게 생산된 식품이 인간적인 식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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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봉화의 막걸리 양조장,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다.
6개의 막걸리 양조장의 맛은 정말 신기하게도 모두 달랐다. 같은 쌀이지만 쌀이 다 다르고, 같은 누룩(백국)이지만 그것을 찐쌀과 섞는 손이 다르고, 같은 물이지만 동네마다 물맛이 달라서인가 신기하게도 맛이 조금씩 달랐다. 살아있는 발효의 과학이 빗어내는 다양성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집마다 된장 맛이 다르듯 막걸리 양조장의 막걸리의 맛은 모두 달랐다. 막걸리는 인간적인 슬로푸드(Slow Food)의 대표적인 예다.
막걸리 한잔한국식품연구원 우리술연구센터에서는 막걸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 두었다. 막걸리는 증류 또는 정밀 여과해서 마시는 다른 술과 달리 곡물을 발효시키고 거칠게 걸러서 마시기 때문에 곡물 원료에서 오는 영양성분과 발효 생성물 및 포함된 미생물까지 모두 섭취하게 되는 독특한 술이다. 알콜도수가 낮고(약6°), 영양성분이 많으며, 사람에게 유용한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 함유되어 있다. 다른 술과 달리 막걸리에는 1.9%나 되는 단백질이 들어 있다.

막걸리는 만은 비타민 B군을 포함하고 있어 남성들의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증신 효과를 낸다. 알맞게 들어있는 알코올 성분은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해서 체내에 축적된 피로물질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유기산은 막걸리에 0.8%가량 함유되어 있는데 피로물질을 제거하는데 한 몫을 한다. 일반적으로 술은 독할수록 간에 부담을 주며 혈당치가 떨어져 과음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격한 변화를 보여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걸리의 당질은 간에서의 알코올 분해 과정 중 소모되는 에너지에 의한 혈당의 감소 현상을 막아주고 비타민 B2와 콜린은 간의 부담을 덜어준다.

막걸리 한잔과 멸치 70년데 농촌에서 자란 탓에 어릴 때 막걸리 심부름에 대한 기억이 있다. 일에 바쁜 아버지는 나에게 “술도가에 가서 막걸리를 좀 사 오렴!” 한다. 양은 주전자를 들고 양조장에 가면 우선 시원했고 내 키보다 더 큰 단지들을 볼 수 있다. 그 단지 표면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양조장 아저씨는 나무로 만든 젓는 도구로 막걸리를 저은 후 역시 사각 나무통으로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는다.
먼 길을 걸어오는 도중에 막걸리 맛을 훔쳐본다.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다. 이렇게 사온 막걸리로 농촌에서 일꾼들에게 참으로 막걸리를 제공했는데 허기를 달래며 배를 든든하게 했던 술이 막걸리이다. 인간적인 술이 아닐 수 없다.

근대에 양조장이 생기기 전부터 우리는 필요할 때 집에서 술을 만들어 써 왔다. 동네에는 특별히 술을 잘 만드는 댁네가 있기도 했다. 이집 저집의 술을 부탁받아 가서 만들어 주는 솜씨 좋은 댁네가 있었다.
술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가정에서 만드는 가양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미리 누룩을 만들고(누룩을 만들려면 4주 이상 긴 시간이 필요), 고두밥을 식혀서 누룩과 함께 섞은 다음 단지에 넣고 물을 함께 섞어서 5~6일정도 발효하면 술이 만들어진다. 온도는 일반생활 온도 25~30도면 된다. 누룩은 집에서 만들 수 있지만 요즘에는 구입을 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전통적인 방식은 한 개의 단지 내에서 당화와 알코올발효가 동시에 진행된다.

막걸리제조방식(양조장)

양조장에서 만드는 개량식 막걸리 제조방법은 조금 다르다. 고두밥을 사전에 당화(糖化)하는 단계와 알코올을 만드는 2단계로 술을 만든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만들면 숙성기간이 짧고 실패율이 그 만큼 적다. 이를 개량식 막걸리 제조 방식이라 하고 막걸리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개량식 막걸리를 제조 하는 방법(그림참조)은 두 단계이다. 첫 단계가 고두밥에 당화균인 백국(白麴) 분말을 뿌려서 30~35도 정도에서 하루정도 방치하면 고두밥의 표면이 하얗게 부스러지듯 갈라지는데 당화균이 녹말을 포도당으로 바꾸는 당화(糖化)라는 1단계 과정이다.
지나치게 오래두면 막걸리가 너무 시게 되므로 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 백국은 1940년대부터 일본에서 당화균을 정제 확대하여 개발, 제품화되어 막걸리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2단계는 알코올 발효단계다. 알코올 발효에는 효모배양액이 사용된다. 효모배양액은 양조장에서는 ‘주모’(酒母 술을 만드는 효모)라고 한다. 양조장에 불이나면 가장 먼저 챙겨하는 하는 것이 주모라고 한다. 대부분의 양조장에서는 자신의 양조장에서 사용할 효모를 항상 활력 높게 유지하고 있었다.
효모배양액은 고두밥의 당화를 시작할 때 함께 준비하기 시작하거나 불편하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선선한 막걸리를 구하여 그 침전물을 알코올 발효가 시작되는 둘째 날에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효모배양액은 전체 막걸리 발효액의 5%정도로 사용하면 된다.

항아리에서 발효 중인 막걸리
항아리에서 발효 중인 막걸리
전국적인 막걸리의 인기 속에서도 봉화의 동네 양조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새로운 가능성도 싹트고 있었다.

모든 과정을 몸으로 해야 했던 고된 작업들의 많은 부분들에 작은 시설들이 도입되고 있었다. 송아지만한 단지들이 없어지는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몸의 고단함은 많이 줄어들었다.
막걸리의 영양학적 특징이나 그 우수성에 관한 과학적 연구결과물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에 자부심도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저온저장고도 많이 보급되었고 동네 슈퍼에도 냉장고가 있어서 유통에도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다음날이면 도착하는 한국의 택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막걸리의 90%는 물이다. 물이 맑고 깨끗한 땅에서 발효되고 생산되는 것이 어쩌면 최상품이 아닐까? 봉화는 오염원이 없어 깨끗한 계곡이 유지되고 있는 땅이다.
봉화에서 생산한 쌀과 봉화의 물로 빗은 살아있는 발효 술…. 그래서인가 요즘 들어 봉화의 막걸리 양조장에는 전화로 막걸리를 주문하는 도시민들의 주문이 늘어난다고 한다. 택배로 가면 다음날 집에서 봉화의 막걸리를 받아 볼 수 있다.
봉화군에 남은 6개의 막걸리양조장을 취재 하면서 봉화의 발효문화가 힘겹게 자신의 모습을 유지해가는 현장을 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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